게으름이라는 거짓
p.62
이상한 역설이지만, 우리가 우리에게 이로운 수준 이상을 하려고 들면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늘 실제로 해낼 수 있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 결코 해냈다고 느낄 수 없다. 상사가 끊임없이 이메일로 질문을 하고 일을 시키면, 전화기를 끄고 잠자리에 드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운동하고, 친구와 대화하는 것조차 스마트폰의 앱이 추적하고 측정하면, 끊임없이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처럼 느끼게 될 수 있다. 우리는 게으르다고 느끼지만, 이것은 우리가 형편없이 무력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쳤기 때문이다.
p.63
집중을 못 하고, 피곤하고, 게으르다고 느끼는 것은 몸과 뇌가 휴식할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진 직전의 사람은 집중을 못 하고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증명되었다. 압박과 스트레스를 아무리 많이 가한다 해도 없는 집중력과 동기가 마법처럼 생기지 않는다. 해법은 한동안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과로하는 사람은 잠을 자고, 스트레스에 찌든 마음을 달래고, 정신과 정서적 배터리를 충전하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 나처럼 한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너무 늦기 전에 자신에게 친절해짐으로써 질병과 소진을 예방할 수 있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휴식에 대한 욕구가 우리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설득하려 한다. 동기가 없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한다고 믿게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과 게으름은 약간의 휴식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으름을 두려워하기를 멈출 때, 우리는 반성하고 재충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교감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일부터 느긋한 속도로 세상을 헤쳐 나아갈 시간을 찾을 수 있다. '시간 낭비'는 인간의 기본 욕구다. 일단 그것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꾸릴 수 있다.
게으름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p.77
그렇다면 우울한 사람은 왜 그렇게 게으른가? 우선 우울과 싸우는 것은 온종일 매달려야 하는 근무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울한 사람은 뇌가 종일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에 대항해 싸우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많이 잔다. 수면의 질이 낮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많이 잔다. 수면의 질이 낮기 때문에 8시간의 휴식에서 얻는 에너지가 우울하지 않은 사람보다 적다. 중증 우울을 앓고 있을 때, 특히 자살 충동을 느낀다면 수면은 절망에서 벗어나 유일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우울한 사람의 게으름은 실제로 몸과 마음이 그를 보호하며 치유하고 있다는 신호다.
일을 덜 해도 된다
p.123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세세하게 관리해야 하며 그들로부터 생산성을 끝까지 쥐어 짜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행태는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하고 동기를 잃게 한다. 과로한 직원들은 서로의 업무 습관을 감시하고 부서 전반에 걸쳐 그들이 공유하는 비참함을 확산시키도록 종용당해 건강하지 못하고 한계선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결과가 일어난다.(...)
이러한 파괴적인 패턴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인간으로서 갖는 욕구와 '게으름이 필요하다'는 자연스러운 신호를 수용하고 더가 아니라 덜 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p.145
더불어 매슬랙은 일을 덜 한다고 소진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한 사람의 관점 그리고 조직이 그의 노력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었다. 예컨대 자신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이 그렇듯이 완벽주의자는 특히 소진에 취약했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프로젝트가 결코 끝나지 않는 직장에 소진된 직원이 더 많은 경향이 있었다. 달리 말해, 일이 끝이 없고 직원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소진은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매슬랙은 소진된 사람들이 직장이 고마운 줄 모르고 일만 시킨다고 불평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분노가 점차 쌓여 한 직원에게서 다른 직원으로 불평이 확산되어 '소진 전염 효과'가 일어났다. 이런 종류의 집단 소진이 직장에서 일단 시작되면 멈추기 어려웠다.(...)
나를 괴롭게 하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고 더 힘이 되는 성장 지향형 대화를 위한 시간을 가짐으로써 너무 늦기 전에 소진을 막을 수 있었다.
나의 성취가 나의 가치는 아니다
p.177
성취 지향적인 마음가짐을 가질수록 우리가 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에 대해 목록을 작성하고, 측정하고, 많이 비판하게 된다. 불행히도 디지털 시대는 이런 집착을 촉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스트가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는지, 올해에 책 몇 권을 읽었는지, 우리의 성과가 친구들의 성과와 비교해서 어떤지 쉽게 평가할 수 있다. 그것이 요리든, 공예든, 여행이든 자유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조차 기록되어 공유되고 타인들과 비교해 본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직업을 뛰어넘어 훨씬 더 많은 것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심신을 느긋하게 해주는 분야, 생산성과 무관한 분야까지 포함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무언가를 달성하라고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가장 즐겁고 유익한 활동에서 조차 기쁨과 여유를 앗아갔다.
p.196
경외는 영적인 요소를 지니기 때문에 훨씬 더 깊고 더 큰 회복을 안겨주는 자기 관리다. 종교가 없다고 해도, 경외와 놀라움의 순간을 찾음으로써 더 큰 목적의식, 자연과의 교감 혹은 모든 인류와의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외감을 느낄 것인가? 참신함과 놀라움이 핵심이다. 습관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처해보거나 흥미로운 자극에 노출되어 보자. 이것을 시작하는 많은 방법이 있다.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탐색을 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를 방문한다.
∞ 새로운 경로를 따라 출근해 보거나 잘 모르는 동네 골목길을 따라 걸어본다.
∞ 전혀 모르는 주제에 대해 공부한다.
∞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것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생각해 본다.
∞ 당신이 전혀 모르는 활동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축제, 모임 또는 워크숍에 가본다.
∞ 예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본 적이 없는 형태의 예술(시, 단편영화, 조각, 춤 등)을 음미하려고 해본다.
∞ 친구와 동료에게 그들을 신나게 하는 주제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경청한 뒤 거기거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p.207
삶이 너무도 심하게 게임화되어 버려서 모든 활동을 경쟁으로 생각하기 쉽다. 오늘 올린 셀카가 어제보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나? 블로그에 작년보다 더 많은 책에 대한 감상평을 올렸나? 자유 시간을 친구들보다 더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는가? 이런 마음가짐은 불안과 불만족을 낳는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자기 계발과 성장을 완수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즐겁고 점진적인 과정으로 대해야 한다.(...)
심리학 연구는 타인과의 경쟁보다 개인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게 훨씬 더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최고가 되고,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유능하고,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건 몹시 지치는 일이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우리를 늘 불안하게 만드는데, 그래야 우리를 착취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고가 되길 원한다면, 결코 숨을 돌릴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나보다 '뛰어난'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에게 해로운 세계관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치유의 여지가 없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색의 순간도 없다. 자신에 대해 연민을 갖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멈출 때, 비로소 느리고 '비생산적인'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에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p.216
지식은 곧 힘이 될 수 있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덕에 많은 사람의 삶이 풍요로워졌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우리가 계속해서 더 많이 배움으로써 인터넷이 주는 특권을 백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소비해야 할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없다고 규정하고 머릿속에 정보를 쑤셔 넣는 데 따른 정서적, 심리적 대가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생산적이게 되고 사회에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방대한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정보를 갖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속삭인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인 동시에 짐이다. 이 점은 우리가 많이 읽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의무로 취급할 때 더더욱 그렇다. 불쾌한 뉴스에 계속 노출되면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끝없는 정보의 홍수는 잠시 멈춰 새로 알게 된 무언가에 대해 숙고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우리는 정보 과부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해법은 더 배우는 게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적은 정보를 더 의미있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사회가 부과한 당위를 떨쳐버려라
p.330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 편견과 편향을 탈학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타인의 상황에 대해 알면 알수록 타인과 눈에 보이는 단점에 대해 더 많은 연민을 갖게 된다. 나는 이 원칙을 학생을 대상으로 수없이 많이 실천했다. 어떤 학생이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고, 지각을 하고, 내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으면 나의 첫 반응은 그를 게으르거나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고 치부하는 것일 수 있다. 그 학생을 바로 포기할 수 있지만, 그 대신 호기심을 가지면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학생이 잘 지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면, 십중팔구 겉으로 보이는 '게으름'이 사실 삶에서 겪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학생이 나를 믿고 이런 정보를 공유할 때, 그를 도울 기회가 생긴다. 이러한 교감과 협력에 기초한 문제 해결의 순간들은 교육자로서 내가 갖는 가장 의미 있는 경험 가운데 하나다. 만일 내가 비판적이고 게으름이라는 거짓을 따른다면, 그런 순간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p.341
아리러니하게도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저항하는 법을 배우려면 끊임없이 지속되는 내적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자기 연민과 친절을 계속 실천하고, 변화가 바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력한다고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게 아니며, 게으름이라는 거짓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해도 받게 되는 트로피도 없다. 그냥 계속해서 배우는 것이다. 결코 완벽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 그대로의 당신으로도 괜찮다. 다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미쁨책방 이야기
해도 해도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마주했다. 잘 해야 한다는 욕심을 갖고 몇 달을 쉬는 날도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지나간 반 년이 지난 지금 내가 경험하는 감정적 동요와 불안, 무기력과 같은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지금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잠시 숨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이 거의 적중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고, 열심히 해본들 제대로 인정받을 수 조차 없는 구조인데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보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사람만이 능력이 있는 것으로 치부되는 상황도 싫었다. 그들의 바다는 깊이가 얕아 보였기에, 보이지 않는 내적가치가 외면당하고 있는 듯한 구조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최소한 주말은 나를 위한 여가의 시간을 무조건 확보하고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즐겁게 받아들 일 수 있는 선까지만 일을 개입시키자였다. 물론 그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모든 불안함이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주말엔 일부러 나가서 새로운 곳을 혼자 가보기도 하고, 빌어먹을 무기력으로 인해 제대로 맘편히 걸어본 적이 없는 시간도 다시 내어 사색과 활력을 끌어내고자 한다.
이 책의 내용처럼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갖고, 소진을 예방하고, 과정을 즐기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위함을 배우는 과정을 겪고 있다 생각하며 오늘은 주말에 하는 전시회 하나를 찾아 방문해 볼 예정이다. 나만의 세상이 아닌 때론 타인의 세상에도 호기심을 갖고 낯선 세상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느껴보자.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고 나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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