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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_(정신분석가)정도언

☆북리뷰

by mibbm_soo 2023. 8. 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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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사람들과의 관계는 여러가지 색을 띕니다. 관계 맺음에서 경험하는 이미지를 나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 지원과 비난, 인정과 무시처럼 중간색이 없는 검은색과 흰색의 두 가지로만 저장한다면 삶이 답답해집니다. 항상 둘 중에 골라야만 하는 틀에서는 잘못하면 자신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온통 신경이 쏠려버리게 됩니다.

완전히 검거나 완전히 흰 '선명한' 인생은 없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중간인 여러 채도의 회색들이 필요합니다. 통합되지 않고 대립된 상태로 저장된 선명한 이미지들만 마음에 지니고 있으면 세상이 온통 갈등 구조로 보여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내 마음이 언제나 싸움터라고 생각된다면 자신이 세상을 몇 가지 색으로 구분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정신분석이 우리를 치유하는 방법입니다.

p.116

자기파괴의 극단적인 예가 자살입니다. 자살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각자의 삶을 살기 바쁘기도 하지만 자살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느낌 자체가 섬뜩해서 별로 알고 싶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꼭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약을 먹거나 목을 매거나 손목을 긋는 것만이 자살행위가 아닙니다. 은근하게 숨겨진 자살 행위가 있습니다. 건강에 해로운 일을 꾸준히 또는 충동적으로 하는 것도 일종의 자살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 폭음, 폭식, 약물 남용이 그러합니다. 자신에게 나쁜 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불안을 해소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처벌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벌 받는 괴로움을 통해 죄책감을 덜어내는 행위에서 얻는 만족감이 해로운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동기가 됩니다.

(...)

자존심이 낮거나 자아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쉽게 합니다. 자존심이 낮다는 것은 나와 남의 관계에서 내가 편안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남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라도 나를 아껴주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기 파괴적 행동을 더 합니다. 그렇게 거꾸로 불행의 입구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술이나 약에 쉽게 빠져 인생을 망칩니다.

(...)

그런데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기 위해서는 우선 남이 나를 아낀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확신은 어린 시절에 경험해야 합니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서 엄마의 포근한 이미지가 서서히 생겨 아이의 마음에 저장되면 아이는 엄마가 곁에 없어도 나를 아끼는 사람이 자기에게 항상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내 안에서 힘을 얻습니다.

p.120

우울하면 나와 내 과거의 관계가 친밀해집니다. 온통 내 안이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합니다. 우울은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우울은 내가 미래와 맺을 관계를 간섭하고 나섭니다. 미래가 고장난 텔레비전 화면처럼 찌그러져 보인다면 현재를 사는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어깨를 처지게 하고 의욕을 뺏어갑니다. 그러면 과거가 더욱 한탄스럽습니다. 악순환입니다.

과거를 자꾸 돌아보면서 현재를 소비하는 사람은 완벽주의의 덫에 빠진 것입니다. 완벽하기 위한 생각으로 시간을 다 보내면,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 정작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설령 완벽해질 수 있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고, 날마다 새로워지며 또 날로 새로워진다."는 문장을 중국 은나라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겨놓고 세수할 때마다 보았다고 합니다. 매일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완벽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완벽주의에 사로잡히면 팔다리를 묶고 뛰는 것같이 자유롭지 않아서 오히려 효율이 떨어집니다.

높은 곳을 지향하되 완벽주의는 버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비참해집니다. 등에 지고 있는 완벽주의를 내려놓으면 더 가볍게 빨리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룰 수 없는 완벽함에 매이지 말고 지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실천에 옮기고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으세요.

p.124

인간은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고독한 존재입니다. 결혼한 모든 사람이 적어도 평생 한 번은 이혼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백년해로를 서약하고 충실하게 따른 부부도 아내나 남편 중 한 사람이 반드시 먼저 죽기 마련이니 결국은 헤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외로움은 타인과 나와의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정신분석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내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 사이의 소통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파티에 가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빠져도 시간 때우기일 뿐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바쁜 척한다고 내 마음을 끝까지 속일 수는 없습니다. 끊어진 끈을 다시 이으려면 고독을 통해 접근해야 합니다. 고독은 격리된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유, 능력, 재미를 말합니다.

고독 상태로 들어가 내 안의 나와 정면으로 만나서 대화를 하세요. 나의 삶이 어디에 와 있는지, 내가 사는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삶의 기쁨은 무엇인지를 찾아보세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과연 그것들이 두려워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정성을 들여 알아보세요. 가끔은 마음의 서랍 정리도 필요합니다. 고독은 인생의 속도를 약간 늦추는 일입니다. 우리는 고독을 통해 성장합니다.

남녀 관계에서도 진정으로 고독한 사람들이 만나야 오래 지속되는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점령국과 식민지가 아닌 독립국들끼리 외교 관계를 맺어야 관계가 원만한 것과 같습니다. 내 마음이 누구의 식민지라면 그와 평등하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p.140

분노는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분노의 함성 속에 진실은 왜곡되고, 부분적 진실은 진리로 등장합니다. 화가 나면 남의 말이 잘 안 들립니다. 적대감이라고 하는 아주 성능 좋은 필터가 마음에 생겨서 좋은 뜻의 말을 걸러 내거나 왜곡해서 나쁜 뜻으로 듣게 합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들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용서하려는 마음을 그 필터에 덧씌우면 보정이 되어 도움이 됩니다.

분노는 봉합되지 않은 자기애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진물입니다. 상대가 나의 가치에 상처를 주면 분노를 통해 자기애를 지켜나가려합니다. 자기애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자 나의 가치에 대한 나의 사랑입니다. 자기애는 내가 항상 무대의 중심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으로 남아 있기를 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 수치심, 분노가 얼른 찾아옵니다. 사귀고 있는 연인과 식사하는 자리에 자랑하려고 친구를 데리고 나갔다가 연인이 그녀에게 보이는 관심 때문에 화가 난다면 자기애가 상처를 받은 것입니다. 세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늘 위험합니다.

정말 자신이 있는 사람은 화를 잘 내지 않습니다. 스스로 남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존재라고 억지로 우겨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 상처를 "나는 누구여야만 한다."고 늘 주장해오던 자아 이상에 대한 '선전 포고'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작은 성공을 통해 조금씩 자신감과 자존감을 쌓아놓으면 사실 화를 낼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남들을 그냥 그 사람들 자체로 받아들이면 그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해서 화가 나는 일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내가 나를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p.204

문제는 세상 사람 모두가 상대를 먼저 이해하기보다는 상대가 자기를 먼저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소통이 원활하게 되려면 남에게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상대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무조건 마음을 비우고 잘 들어야 합니다. 듣는 것도 편식하면 안 됩니다. 내 입장에서의 비판이나 가치판단을 미루면서 들어야 합니다. 듣기 거북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한 후에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길 기다리십시오. 그러면 소통의 물길이 열릴 것입니다. 관계의 차원이 달라질 것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싫다. 그 사람 곁에만 가면 알게 모르게 상처받는다. 그런데도 왜 관계를 끊지 못하는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이렇게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당연히 평등해야 합니다. 평등한 관계에서만 서로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완전히 평등한 관계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 편이 다른 편보다 다소 유리하거나 불리한 위치에서 관계가 지속됩니다. 사랑의 대차대조표가 불균형을 이룹니다. 한쪽이 상대를 더 생각하고 다른 쪽은 상대를 덜 생각합니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사랑일수록 손실이 납니다. 손실은 상처와 흉터를 남깁니다.

p.219

용서란 내 상처의 원천이자 원한과 복수의 대상인 상대 자체를 마음에서 버림으로써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아니고 그에 대한 복수심이 내 마음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세요. 정신분석적으로는 자아, 초자아, 감정 상태 그리고 현실이 이드의 복수심에게 인질로 잡혀서 다른 어떤 일도 하기가 아주 힘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자아는 복수 욕구와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좌절감으로 힘들어하고, 초자아는 복수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씨름하며, 남을 파괴시키려 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는 것이 모두 상처를 다스려야 할 나를 더 힘들고 불편하게 만듭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수를 못 하게 되면 자책감이, 복수를 하더라도 허탈감이 나를 먹구름처럼 덮어버릴 것입니다.

남녀 간 사랑의 상처에서 흘린 피에서 자라는 복수심은 특히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버려진 것에 대한 분노는 죽은 후까지도 사라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베르디가 작곡한 이탈리아 노래의 "(내)무덤에 가까이 오지마라, 내 뼈가 묻힌 곳에"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참 난감한 일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복수심을 직접 먼저 다루기 전에 분노, 우울, 불안, 박탈감 등 연관된 감정들을 먼저 털어놓도록 돕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에게 복수하려 했던 동기가 아주 허망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복수심의 불꽃이 허망하게 꺼질까 봐 겁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분석 치료를 회피하기도 합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닮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분석에서는 '공격자와의 동일화'라고 합니다. 미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닮았다고 느끼거나, 원수 같은 직장 상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수가 흔히 있습니다.

복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잘못하면 망상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는 엄청난 적개심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옵니다. 내가 그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고 그가 나를 엄청나게 미워하고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을 가지게 됩니다. 이를 편집증(Paranoia)이라고 합니다. 편집증이란 '체계가 서고 조직화된 이유를 가진 망상을 계속 고집하는 정신병'입니다. 망상의 이유가 잘 세워져 있으니 설득이나 토론을 통해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망상을 더 강력하게 만들 뿐입니다.

P.250

부모의 칭찬에 목 말랐던 사람은 커서도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지 아닌지 자신이 없습니다. 자아의 싹이 나이가 들면서 키만 자랐지 내용이 충실하지 못합니다. 허약한 체질의 자아는 늘 두려워합니다. 내가 세상이라는 바다의 풍랑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약한 자아를 이런저런 방어기제로 둘러쌉니다. 그런 상태를 오래된 정신분석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성격 갑옷(character armor)'을 입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 갑옷이 부딪힌 적이 있는 사람들은 내 성격이 까칠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갑옷은 천근같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누군가 다정하게 내 약한 자아를 감싸주면서 성장하도록 도와주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그러면 갑옷을 벗을 수 있지만 그런 좋은 사람을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세상에는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계곡의 돌처럼 깔렸습니다. 갑옷없이는 돌 맞고 피 흘리기 십상입니다. 오늘도 나는 갑옷 속에, '가짜 나' 속에 꼭꼭 나를 숨깁니다.

정신분석가는 이런 문제 앞에서 어떻게 할까요? 정신분석가는 분석 받는 사람의 약한 자아가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분석 시간에 '포용적 환경'을 제공하려고 애씁니다. 비판하지 않고 편들지도 않으면서 그가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려 합니다. 그 이야기의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그 사람의 자아가 안과 밖을 보는 시각을 서서히 넓혀주려고 합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문제의 뿌리를 그와 분석가의 관계를 거울 삶은 전이 분석으로 정리하고 해소시키려 합니다. 그러면 그는 옛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미쁨책방 이야기

정신분석에 관한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쉽게 설명한 책이고 내 삶과도 연계해서 생각해보기 좋았던 책이다.

사람의 마음을 공부한다는 것은 때론 너무 어렵고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상대의 말과 행동이 아닌 깊숙한 내면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단히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라온 환경, 방어기제, 말 속의 숨겨진 의미, 분노의 의미 등······. 해당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에 더더욱 헷갈리고, 때론 '왜 나만 관계 속에서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건지'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들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솔직한 대화로 상대의 어떤 모습이 내게 마음의 힘듦으로 다가와 그것을 이야기했을 때 상대는 지적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여 공연히 사이만 서서히 멀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관계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의지와 상호간의 신뢰가 있느냐의 문제가 선행되어야 그 다음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도 그저 잔소리에 불과할 것일테니!!!

무튼, 나에게 사람은 참 어렵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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