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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_성유미

☆북리뷰

by mibbm_soo 2021. 11. 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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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p.198

슬픔, 그것은 곧 '내가 많이 아팠었구나' 공감해 주는 것이다. 슬픔을 '체감'하는 과정은 과거에서 현재로 빠져나오는 유일한 통로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을 온몸으로 절절히 느끼는 바로 그때가 슬픔을 녹여 내는 시간이다. 그래서 슬픔은 '슬픈 느낌의 순간'이라기보다는 일련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행해지는 '의식적 행위'에 가깝다. 감정 격동으 물살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피하지도 숨지도 않고,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물살이 세면 센 대로 그대로 느낀다. 빠져나오는 동안 힘이 빠져 버리고 허탈해지는 게 아니라, 그전보다 탄탄해진 마음의 근육을 선물로 얻게 된다. 슬픔이 마음의 소금으로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아름다운 슬픔은 우리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며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다. 과거에 박제되어 정체되어 있지 않다. 그 슬픔은 우리를 현재라는 변화무쌍한 바다로 기꺼이 밀어 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슬픔이 충분히 녹아졌기 때문에 현재라는 시간이 더 충실해질 수 있다. 과거에 미련을 둔 소금 기둥이 아니라,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앞을 보며 탈출해 나온 자들, 살아남은 자들이 아름다운 슬픔의 주인공들이다.

p.206

자존감의 문제, 자신감 부재, 여러 가지 형태의 자학 행위, 비관주의, 세상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공통분모는 바로 '재미 상실'이다. 재밌고 즐거운 게 빠지면 말 그대로 '다크'해질 수밖에 없는데, 전염력도 강해서 실제로 재미없는 사람과 있으면 답답한 공기에 갇혀 버린다. 즐거움을 상실한 사람에게 좋은 것은 보이지 않고 사물이나 사람, 현실 상항의 나쁜 것들만 부각된다. 마치 블랙홀처럼 세상의 '다크'한 것들을 다 끌어안고 살거나, 이를 견딜 수 없을 때는 결국 세상으로부터 은둔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대인 관계나 사회성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재미 상실'이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신과 타인의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 또한 자신만의 재미를 찾은 후에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p.285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은, 별 것도 아닌 존재에게 무시당하는게 아니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것과 생사를 오가는 듯한 느낌에 시달리며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 버리는 게 가장 슬프고 억울하다. 과연 당신의 목숨을 걸고 당신 자신보다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대체 몇 명이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자. '날 무시한 그가, 그들이 "내 일생을 바칠 만큼" 내게 진짜로,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 맞을까?라고 말이다.

p.309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할 때도 이를 평소에 잘 인식하면서 좌절의 상항을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 잘 활용하는 것이 '승화'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작업을 하거나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것, 돌보는 일이나 남을 돕는 행동들이 잘 알려진 예이다. 진짜 승화가 되려면 결국 자기 안에서 '만족'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보기에는 제3의 길을 취하고 있다고 해도, 어느새 겉의 '결과물'에 자꾸 치중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게 된다면 남모를 '공허감'을 낳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격성이 다시 길을 잃고 자꾸 화가 차오르는 상태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공격성에 길을 제대로 찾아 주는 것은 궁극적인 '자기 돌봄'이다.

공격성에 길을 찾아 주는 문제에 대해 당신은 늘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에서, 외부적으로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다가 어떤 좌절을 만났을 때 좌절감이 '분노'로 치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 분노가 다시 '시킹 시스템seeking system'으로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외부 현실에서 적절한 도움을 구하거나, 최적의 '해법'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공격성은 어쩔 수 없이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그 공격성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각양각색의 부정적 감정 반응과 자존감의 손상, 비관주의와 중독증세들이 '좌절된 인생'의 결과물이다.

각종 자절과 공격성으로의 연결을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면, '시킹-분노 시스템의 순환'을 파악하는 커다란 관문을 통화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좌절 그 자체를 너무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깊은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좌절 모드의 당신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좌절하지 마!" 혹은 "실망할 필요 없어!"와 같은 너무 가벼운 격려가 아니라, "네가 찾을 만한 것은 바로 이거야!" "당신이 진정 좋아할 만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처럼, 새로운 지향점과 목표를 제시해줄 수 있는 '생산적 시킹 시스템'을 On하는 것이다.

p.358 나가는 글 中

지금 당장 뚜렷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더라도 차라리 달팽이처럼 천천히, 아주 느릿느릿 밀고 나가보면 좋겠다. 가다가 뭔가와 맞닥뜨리면 겁내지 말고 먹을 만하면 먹고 쓰면 뱉으면 된다. 처음에 감당이 안 되겠다 싶으면 잠시 안전한 곳에 숨는 것도 괜찮다. 너무 오래 멈춰 있지만 않으면 된다. 주변의 상황을 '자신만의 더듬이', 느낌과 감정을 통해 계속해서 느끼면서 가끔 '빼꼼' 다시 내밀어 보고 또 밀고 나가면 된다. 달팽이랑 또 다르게 사람에겐 전진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방향을 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도 활용할 수 있으며, 그때그때 믿을 만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 당신의 재미 찾기를 죽을 때까지 멈추지 말기를! 단, 감정의 더듬이는 꼭 살려 두고 말이다.

☆미쁨책방 이야기☆

올해는 일에서도 삶에서도 무언가 공허감과 불안감이 컸던 시기였다. 어쩌며 지금도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내면을 돌아보고 그것의 궁극적인 이유를 찾아 헤맨 끝에 내려진 내 결론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 일에 대한 불만족 그런 것들이 었던 것 같다. 힘들지만 '재미'있게 해왔던 어떤 일상의 노력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빨리 전환되지 못하게 된 되서 오는 허탈감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힘들었던 이유를 꼭 집어 찾게 해줬다.

'의미의 상실'이자 결국 '재미의 상실'이라는 감정이 들이 닥쳤던 거다.

나가는 말 중에 씌여진 작가의 말 많은 격려가 된 책이다.

무언가 보이지 않더라도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밀고 나가는 것!

어쩌면 그 이야기가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재미 찾기를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나의 평온한 삶이자 꿈이 될 수 있음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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