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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상실_에노모토 히로아키

☆북리뷰

by mibbm_soo 2021. 11. 10. 21:32

본문

01

p.110

속죄의 죄책감

애증 병존의 애착 관계는 왜 죄책감에 빠지기 쉬운가?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요인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애착 대상에게 애증의 양가감정을 품고 있던 경우, 자신의 증오심이 대상을 죽게 만들었다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저런 부모는 없는 게 낫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자신이 바라왔던 부모의 부재가 실현되기 때문에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둘째, 애착 대상에게 향하던 애증의 양가감정 중 증오만이 대상의 죽음으로 충족되고 애정은 그대로 남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는 좋은 면만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억 속에서는 실제보다 미화되고 그런 대상을 증오하던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오코노기는 이런 심리를 '속죄의 죄책감'이라 이름 붙이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애착 대상과 갈등을 안고 있던 경우에는 '왜 그런 일로 싸웠을까.','좀 더 잘 해드릴 것을.',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나.'와 같이 대상을 대하던 태도나 행동을 후회하는 심리가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후회는 대상 상실로 인해, 대상과이 갈등에서 생긴 대립과 다툼이 사라지고 좋던 기억만 마음속에서 커져가면서 고인에 대한 사모의 마음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

혹은 대상이 살아 있을 대는 대상을 오해하고 자신을 향한 애정을 깨닫지 못했었지만, 대상을 잃고 난 후에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깊은 후회아 사모의 마음을 가지게 도는 경우도 있다. 살아 있을 때는 싸우거나 반발하던 배우자나 부모의 애정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애증을 느끼던 고인에게 후회와 속죄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고인에게 가지고 있던 극심한 혐오와 증오를 상쇄하려고 한다.

p.112

공포의 죄책감

상실한 애착 대상에 대해 속죄의 죄책감보다 심각한, 공포와 두려움을 동반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를 오코노기는 '공포의 죄책감'이라 정의했다.

공포의 죄책감은 애착 대상을 향한 강한 증오와 죽음을 바라는 열망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공포의 죄책감은 애도의 심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병적 반응 중에서 가장 극적인 형태로 체험하게 된다.(...)

'없어졌으면 좋겠다.','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온 대상이 정말로 사라졌을 때, 마음속에 끌어안고 있던 에고이즘은 충족되겠지만 그만큼 자신이 대상을 죽인 것만 같은 공포심에 시달리게 된다. 그 공포심이 바로 49제 반응과 기일 반응을 일으킨 원인인 것이다.

p.114

복수의 대상 사라져 원통한 자녀

가족 문제 상담 전문가인 심리학자 시노다 사요코는 모친 상실 반응 중에는 모친의 죽음으로 자신이 받아왔던 처우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하고 상황이 끝나버린 것을 원통해하는 '원한형(型)'반응이 있다고 밝혔다.

모친의 죽음으로 자신이 받아왔던 처우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영원히 어머니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라는 한탄이 가슴속에서 들끓는 것이다.(...)

복수의 대상이 사라져서 원통하고 처절한 부모와 자녀 간의 심리전이며, 애정과 증오가 뒤엉켜 있는 감정이기에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p.121

네 가지 병적인 슬픔 반응

① 만성 슬픔 반응

슬픔이 극단적으로 길게 이어져 애도가 끝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기일 반응은 매우 평범한 현사이며 대상을 잃은 지 10년 뒤에도 일어나기도 하지만, 기일 반응 자체가 만성 슬픔의 징후는 아니다. 수년 동안 슬픔 반응이 계속되면 이대로 영원히 슬픔이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게 된다. 이런 증상이 만성 슬픔 반응이다.(...)

고인에게 강하게 의존하고 있던 사람은 고인이 부재하는 세상에 조속히 적응해야 하며, 상실한 대상이 맡았던 역할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개입해서 돕는 방법도 필요하다.

② 지연된 슬픔 반응

'저지된 슬픔반응' 또는 '연기된 슬픔 반응'이라고도 한다. 대상 상실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슬픔 반응이 추후에 나타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대상 상실 당시에는 눈에 띄는 슬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과도한 슬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이 반응의 특징이다.(...)

지연된 슬픔 반응은 비단 사람의 죽음뿐 아니라 대상 상실을 테마로 한 텔레비전 방송이나 영화, 이벤트 등을 계기로 나타나기도 하며,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강렬한 감정 반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③ 악회된 슬픔 반응

괴로움에 압도되거나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등, 일반적인 슬픔 반응과 비교할 때 과도한 슬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상담을 받게 된다. 대상 상실 이후로 발병하는 우울증도 악화된 슬픔 반응의 하나다.(...)

불안 역시 대상 상실 후에 흔히 겪게 되는 감정 반응이지만, 그 불안이 패닉 발작이나 공포증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악화된 슬픔 반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별을 계기로 나타나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과 약물 남용도 악화된 슬픔 반응의 일종이다.

④ 가면형 슬픔 반응

질병이나 생활에서의 부적응으로 힘들어하지만 그 원인이 대상 상실에 있다고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면형 슬픔이란 감춰진 슬픔, 억압된 슬픔이라는 의미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 애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슬픔 반응이 억눌리게 된다. 이 경우 슬픔 반응 대신 신체 질병이나 부적응 행동이 나타나게 되며, 이를 '가면형 슬픔'이라고 한다.

가면형 슬픔 반응이라고 볼 수 있는 신체 질병으로는 신체 통증과 신경증과 같은 증상이 있다. 신체적인 통증과 같은 고통을 호소하지만, 사실 이 고통은 슬픔 반응을 숨기기 위한 가면에 불과하다. 고인의 사인(死因)이 된 지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이를 '유사 질병'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고인이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경우, 기일이 다가오면 명치 근처에서 통증을 느끼는 사례도 있다.

p.133

슬픔이 경감되는 행동 리스트

대상 상실이라는 스트레스 상황에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대처 방법(스트레스 대처 행동)을 적절히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적극형·감정조절 지향>

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발산한다.

② 취미 생할을 즐기며 기분 전환을 한다.

③ 쇼핑이나 외식을 즐기며 기분 전환을 한다.

④ 산책처럼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서 기분 전환을 한다.

⑤ 즐거운 일을 생각해서 기분을 밝게 만든다.

<회피형·감절조절 지향>

① 어두운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한다.

②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③ 바쁘게 몸을 움직여 마음을 비운다.

④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숙면을 취한다.

⑤ 술로 복잡한 생각을 떨치려 한다.

<자력형·과제해결 지향>

① 인생에는 괴로운 이별이 따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②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③ 이것이 운명이었다고 자신에게 말해준다.

④ 일상생활을 재정비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⑤ 상황을 더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주의 사항을 정리한다.

<조언요청형·과제해결 지향>

① 지인 혹은 의사 등 의지가 되는 상대에게 상담한다.

②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상황이나 생각을 이야기한다.

③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한다.

④ 책이나 잡지에서 지혜를 구한다.

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의 정보를 수집해 참고한다.

p.211

대상 상실의 괴로움 때문에 제대로 상실감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아 회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바쁜 생활에 지친 나머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무슨 일일 생길 때마다 일일이 슬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상 상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신을 속이고 넘어가려 하면 상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게 딘다. 자신을 직시할수록 자신을 속이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걸려 자신과 대면하지 못하고 외부로만 시선을 돌리며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자기 소외가 일상화된 거짓 인생을 살게 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애착 대상의 상실이라는 현실을 소화하지 못한 채 계기가 있을 때마다 강렬한 슬픔 반응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

대상 상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도망치기만 했다는 사람, 때때로 고인을 떠올리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람의 경우에는 애도가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대상 상실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애도 과정을 밟아 슬픔을 소화할 필요가 있다.

☆미쁨책방 이야기☆

애착 대상의 상실을 경험했을 때의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과 원인, 또 그것을 상쇄해나가기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일본인의 저자가 기술한 책이라 일본인의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대상 상실과 애도의 과정이 결부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누구나 언제든 일생에 한번 쯤은 겪게 될 수밖에 없는 대상의 상실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예견해봄으로써 현재의 관계와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애착의 대상을 상실했을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죄책감과 원망, 슬픔 등의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애도의 과정을 보다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현재 관계에서의 마음가짐과 행동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언제가 닥칠 상실감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의 현재 삶을 더욱 평안하고 성숙하게 만들어 줄 수 요인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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