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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추천16

칼의 노래_김훈 p.105 명량에서, 나는 이긴 것인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들이 명량으로 몰려왔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들이 명량에서 죽었다. 남동 썰물에 밀려갔던 적의 시체들이 다시 북서 밀물에 밀려 명량을 뒤덮었다. 죽을 때, 적들은 다들 각자 죽었을 것이다. 적선이 깨어지고 불타서 기울 때 물로 뛰어든 적병들이 모두 적의 깃발 아래에서 익명의 죽음을 죽었다 하더라도, 죽어서 물 위에 뜬 그들의 죽음은 저마다의 죽음처럼 보였다. 적어도, 널빤지에 매달려서 덤벼들다가 내 부하들의 창검과 화살을 받는 순간부터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 들의 살아 있는 몸의 고통과 무서움은 각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자의 몫들은 똑같은 고통과 똑같은 무서움이었다하더라도, 서로 소통될 수 없는 저마다의 몫이었을 것이다. .. 2024. 3. 23.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즈 사강 p.85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시몽에게서 온 편지였다. 폴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 2024. 2. 4.
고립의 시대_노리나 허츠 p.85 외로움의 원인과 결과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정치적·사회적 질문들의 심장부에 위치한다. 최근 이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한 이들은 포퓰리스트 정치인, 특히 우파 쪽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외로운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내미는 정치인이 그들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너무 위태롭다. 정치색과 상관없이 모든 정치인이 난제들에 난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이 사회의 취약 계층이 주변으로 더 밀려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원이 날로 더 희소해지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지지와 돌봄을 받고 있다고 느낄까? 그리고 중요하게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역사와 문화와 배경을 지닌, 자기와 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쓰게 할 수 있을까?.. 2023. 9. 10.
협상의 기술1_허브코헨 p.40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협상을 하느냐 마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건 다음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을 기반으로 정해야 한다. 이런 특정 상황에서 협상이 편한가? 협상이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가? 이 협상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가? 이 세 질문에 모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을 때만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여러분은 항상 자신이 처한 상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회를 고르고 선택하라. 당신의 이익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조작당하거나 위협당하지 말라. ​ p.108 요점은 이렇다. 감정적인 이슈나 숫자로 이야기되는 가격, 비용, 이자율, 급여 같은 구체적인 항목의 경우,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면 .. 2023. 6. 15.
깨달음_법륜 스님 p.28 지금 이 순간 ​ (...) 사람들은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속박하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속박한다고 착각한다. 이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내 괴로움이 없어야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자유로워야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 이런 자유로운 힘이 있어야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지금 이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조건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를 괴롭게 보낸다면, 내 인생에서 오늘은 병으로 보낸 하루가 된다. 매 순간 삶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조건이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그 매일매일이 모여 내 인생이 된다. 불행은 늘 사람들 .. 2023. 4. 23.
세이노의 가르침_세이노 p.330 변화가 없는 삶은 불행하다 ​ (...) 2000년도부터 세상을 향해 글을 쓰고 나서 세월이 웬만큼 지난 후 종종 이런 질문이 담긴 메일을 받곤 했다. "아직도 부자인가? 지금 행복한가?" 내 짐작에는 "당신 지금쯤에는 망했을 거야··· 불행할 거야"라는 기대감에 메일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 답을 지금 여기에 쓴다. 아직도 부자가 아니라 훨씬 더 부자가 되었으며, "충분히 행복한 운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 "충분히 행복한 운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심리학 교수 다니엘 카네만이 한 말이다(노벨 경제학상도 받았음을 고려하면 그의 책은 읽어 볼 만한 책이 아니겠는가). 그는 행복을, 순간기억과 관련지으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열망이 크지 않았던 사람"임을 지적한다... 2023.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