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리뷰

마음의 지혜_김경일

by mibbm_soo 2025. 1. 4.

01

 

행복을 만끽하는 지혜

 

p.91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분야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여러 분야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것에는 적당히 흥미를 보이고, 30분 정도 강하게 집중합니다. 꽤 재미있는 주제라면 40분 정도는 집중하고 그 외의 시간은 흘려보내지요.

어떤 분들은 관심의 범위가 좁은 대신 집중의 시간이 긴 경우도 있습니다. 적은 확률로 극단적인 집중력을 보이는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심리학에선 그런 유형을 'fit theorists(접합 이론가)'라고 부르지요. 말 그대로 나에게 딱 맞는, 어울리는 무언가가 맞아 떨어질 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나와 맞지 않는 분야에는 거의 집중을 못하는 유형입니다. 반면 어떤 일이든 그것에 대한 열정과 의미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develop theorists(개발 이론가)' 유형도 있습니다.

저처럼 듬성듬성 어울리는 인간들은 웬만큼 재미있는 분야에도 30분 정도 집중하고 아주 재밌더라도 40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지만 적합 이론가 유형은 맞는 분야에서는 열 시간 이상,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5분 정도도 집중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분야를 찾는 건 그만큼 어렵겠지요.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분들이 유년기를 거쳐 청년기까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 집중유형에 따른 심리학적 구분*


적합이론가(Fit Theorists)
개발이론가(Develop Theorists)
특징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만나야만
열정이 생성됨
어떤 일이든 그것에 대한 열정과 의미가
점차적으로 증가함
적성찾기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보아야 함
일정 카테고리 안에서 직무를 변경해야 함
진로선택 기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라
정말 싫은 것을 피하라

 

일을 해나가는 지혜

p.130

내가 하는 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동사로 표현해야 합니다.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가 자격증을 따는 게 꿈이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된 후에 어떤 행위를 하고 싶은가가 꿈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합격 첫날만 기쁠 뿐, 그 이후의 날들은 여전히 불안의 연속입니다. 오히려 그전보다 더 큰 방황이 펼쳐질지도 모르지요.

방송가에서는 '능력이 떨어지면 자리 욕심을 낸다'라는 말이 마치 격언처럼 떠돈다고 합니다. 내 행위의 쓰임이 길을 잃으면 자리를 지키는 데 집착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니까요. 그렇다면 내 일을 동사로 바꿔 말해 볼까요?

 

"저는 분석의 전문가입니다. 모든 측면에서 냉철하게 분석하고 자료를 만들 수 있지요."

"저는 연결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든 이어 붙여요."

"저는 타협을 시키는 일도 합니다. 사람들의 관계뿐 아니라 각종 아이디어도 타협시킬 수 있어요."

 

동사가 확실하면 인터스트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와 어울리는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도 경영에서도 분석은 필요하고, 공학에서도 제조업에서도 연결은 해야 하니까요. 이처럼 나의 적성과 행위를 표현할 줄 알아야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나옵니다.

 

 

p.134

타고난 기질 덕분에 관계 형성이 수월한 사람도 있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늘 하던 농담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친한 그룹에서 멀어질까 봐 신경을 쓰는 사람도 있어요.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성격을 이루는 요소를 크게 다섯 가지로 꼽습니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이지요. 이 각각의 요인들이 얼마나 높은지, 또는 낮은지를 책정하여 개인의 성격 또한 측정하고, 이에 따른 행동 패턴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성격을 이루는 다섯가지 요소*

종류
특징
개방성
상상력, 호기심, 예술적 감각 등이 개방적이다
성실성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힘든 것을 참고 노력한다
외향성
타인과의 사교를 좋아하고 새로운 자극과 활력을 추구한다
우호성
타인과 공동체에 협조적이다
신경성
걱정, 두려움, 우울 등 부정적 정서를 쉽게 느낀다

이 중에서 외향적인가 혹은 내향적인가 하는 부분은 확실히 타고나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우호성이나 개방성 등은 후천적인 요소도 작용합니다. 타인에게 우호적인 공동체나 문화적으로 개방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관련된 성격의 데이터 값이 어느 정도는 변동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개방성과 우호성은 사실 헷갈리기 쉬운 개념입니다. 타인에게 개방적인 사람이 흔히 우호적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두 개념은 분명히 다른 면이 존재합니다.

(...)

대체로 '우호성'이 낮은 사람은 '상대의 무지'를 지적했고,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상대의 실수'를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것도 몰라?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게 말이 돼?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우호성이 낮았고, "실수가 너무 많은 거 아냐? 어떻게 이렇게 쉬운 걸 틀려?"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개방성이 낮은 것이지요.

(...)

만약 개방성과 우호성이 현저하게 낮으면 조직 생활하기 힘들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런데 둘 중에 딱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심리학자들은 차라리 우호성이 낮은 게 낫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누구와 함께 일하든, 개방성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합니다. 함께 일하기 가장 힘든 사람, 공동체 구성원들에 소위 '이상한 인간'으로 욕먹는 사람들의 특징은 '개방성은 낮고 성실성은 높다'는 거예요.

이들은 아주 열심히, 꾸준히, 지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에 집착합니다. 이들이 성실하면 할수록 공동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당사자도 힘들고 주변 사람도 힘들지요. "저 사람과는 같이 일 못하겠어요."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우호성까지 높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사건건 지적하고, 불필요한 규칙에 집착하는 인간이 매일같이 회식 자리를 만들고, 주말에도 자꾸 연락합니다.(...)

우리 사회의 꼰대: 낮은 개방성, 높은 성실성, 높은 우호성

(...)

반대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조직 안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어요.

기업가 정신: 적정한 우호성, 높은 개방성

(...)

 

사실 직장생활에서는 우호성이 아주 높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우호적이었으면 멈추라는 이야기지요. 우호성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 나의 사회적 에너지는 소진되고 개방성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방성은 나의 단점을 말해 주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호성에 집중하다 보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견뎌내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게다가 내가 틀렸다는 사실, 내가 몰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아요.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며 그만이니까요.

 

 

사랑을 지키는 지혜

 

p.175

희롱: 내가 친 장난으로 인해 내가 쾌감을 얻는다.

장난: 내가 친 장난으로 인해 상대가 유쾌하게 웃고, 그 웃음 때문에 나도 기분이 좋다

 

제대로 된 장난을 치려면 상대의 기준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래된 부부가 그 기준을 파악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최근 들어 통하지 않는 행동 때문이지요.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쓸 때, 하나 하나 맞춰가는 연애 초기엔 우리는 매일같이 이 행동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잘 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 행동의 이름은 바로 '관찰'입니다.

 

p.181

우리는 왜 집착을 할까요? 상대방을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집착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없어진 상황을 떠올렸을 때 나를 옥죄는 불편감과 불안감이 집착을 만드는 것입니다.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


특징
심리상태
접근 동기
좋은 걸 갖고 싶은 마음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좋아. 행복하고 즐겁고,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회피 동기
나쁜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이 없으면 힘들고 외로울 거야.
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해.'
(...)

"아빠, 나 팔아파."

뒤돌아보니, 방금 전에 사준 풍선이 스르륵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갖고 싶다고 난리를 치더니, 몇 분도 안 돼서 놓쳐버리다니요.(...)

나중에 보니, 그땐 주변에 풍선 든 아이가 없더라고요. 이게 바로 전형적인 집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는 풍선이 좋아서 사달라고 조른 게 아니었습니다. 모두 풍선을 갖고 있는데 자기만 풍선이 없는 그 상황이 싫었던 거예요. 강렬한 'Want'는 존재하지만 진짜 'Like'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집착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너무 사랑해서, 헤어지면 당장 죽을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그 관계가 끝나면 얼마든지 쉽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지요.

내가 누군가에게 집착한다면 정말 좋아하는 대상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나의 애인이 나에게 심하게 집착을 하면 이게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

 

p.326

오로지 회사와 집, 모든 인간관계가 그 안에서 나오고, 감정과 정서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면 우울감과 해결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우울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을 가볍게 만나야 하거든요. 주부들이 출산 직후 갑작스럽게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당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빤하기 때문이에요. 남편이 가사 일을 돕지 않거나 사랑을 주지 않은 것도 잘못이지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관계가 항상 고립되고 감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원망이 더 많아질 수밖에요. 얕고 다양한 관계망이 아니라 좁고 깊은 관계에만 집중하게 되면 사람은 무너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에 넓고 얕은 자원을 많이 만들어놓아야 해요.

 

p.336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의 저자 토머스 조이너 교수는 '감사'가 그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자주 고맙다고 말하고, 남을 많이 도와주세요. 내가 고맙다고 말하는 건 상대가 나를 도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내가 남을 도와준다면 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듣게 되겠지요. 그 두 가지가 모두 공존할 때 의미 있는 삶이 됩니다. 고맙다는 말을 죽어도 안 하는 사람은 인색한 사람입니다. 남에게 쉽게 도움을 받으면서 정작 자신은 고맙다는 인사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기생적인 삶을 사는 것이죠. 돈을 벌면 그 돈을 써야 자본주의 사회가 굴러가는 것처럼 감사 역시 받기도 하고 하기도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세상을 떠날 때 '의미 있는 삶'이라고 기억하며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많은 회환과 후회로 슬픔과 불안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많은 분들은 우리에게 준엄한 메세지를 남기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외롭지 마십시오. 많이 감사하고 많은 감사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생명을 살리는 방법이며 먼 훗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만드는 길입니다.

 

 

 

☆미쁨책방 이야기

어려운 심리학적 이야기를 누구나 알기 쉽게 강연하시는 교수님 답게 책 역시 실생활과 접목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써주셨다. 무심결에 고른 책이 '김경일' 교수님의 책이 었던 것도 신기했지만, 글을 읽을 때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요상한(?) 경험을 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동사로 표현해야 한다'라는 대목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에 관련한 부분은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스펙을 쌓아 취업이라는 목적만 달성하면 끝나는 것이 아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일을 해나갈 것인가에 집중하면, 타인과의 경쟁에서 보다 자유로워지며, 스스로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에서 삶의 보람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나는 과연 잘 해나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에만 집중하다보면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대목에 크게 놀랐다. 나는 성향적으로 얕고 넓은 관계 형성을 싫어하는 사람이고, 그런 관계에 피곤함을 느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점점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우울감을 경험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 글의 내용처럼 무너질 수 있음을 짐작했었다. 더군다나 회사와 집만이 유일한 생활 공간이라면 더욱이 이러한 감정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내용에 살짝(?) 무서웠다. 조금은 가볍게 얕고 넓은 관계를 의도적으로라도 만들 필요가 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