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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_미치엘봄

☆북리뷰

by mibbm_soo 2020. 5.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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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화요일,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갑니다

루게릭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저명한 사회학 교수가 있다. 보스턴의 어느 교외 지역, 그는 히비스커스 화분이 있는 서재에 앉아 숨을 들이쉬고 다음 내쉴 때까지 숫자를 헤아리면서 자신의 죽음이 어디까지 가까워졌는지를 가늠해 본다.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한 신문사에서는 대학 시절 그의 수업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강하며 열정적인 꿈을 꾸던 제자가 있다. 그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때문에 졸업식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겠다던 스승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일에 끌려 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삶을 끝마쳐 가는 옛 은사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는 아마 지금도 사회적 성공과 야망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혼의 결핍을 느끼던 그 제자 미치가 옛 스승을 찾아감으로써 시작된다. 미치는 서너 달에 걸쳐 매주 화요일마다 모리 교수와 함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세상, 가족, 죽음, 자기 연민, 사랑 등이다. 이는 미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치열한 삶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 책은 우리가 삶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경쟁적인 문화 속에서, 죽어 가는 모리 교수는 살아 있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 준다.[yes24 제공]

p.80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조차도 그 절반은 자고 있는 것과 같지. 엉뚱한 것을 좇고 있기 때문이야.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것에 헌신해야 하네."

그 순간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그동안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p.155

"경험하라고 하시면서 또 벗어나라고 하시는 말씀은 도대체 무슨 의미죠?"

"음, 자네도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군. 하지만 벗어난다고 해서 경험이 우리를 꿰뚫고 지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야. 반대로 경험이 자네를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해야 하네. 그렇게 해야만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아직도 어려워요."

"어떤 감정이든 결코 그것에 초연할 수는 없어. 예를 하나 들어 보도록 하지. 어떤 여자를 사랑한다고 가정해 보세.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나 또는 지금의 나처럼 치명적인 병으로 인한 두려움과 고통과 같은 것을 느낀다고 해보자고. 우리가 감정을 자제하면, 즉 그 감정들이 자신을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하지 못한다면 겁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할 거야. 고통이 겁나고 슬픔이 두렵지. 또 사랑의 감정에 뒤따르는 약해지는 마음 때문에 겁이 나게 된다네."

목이 마른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그는 계속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져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 두면, 그래서 온몸이 거기에 빠져들어 가게 되면 그때는 그 감정들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돼. 고통이란 게 뭔지를 알게 되는 거지. 또 사랑이나 슬픔이 뭔지도 알게 되네. 그럼 그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느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렇다면 이제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모리 교수님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직 죽어 가는 것에만 관계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지금껏 언급해 온 것들과 비슷한 이야기라네.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깨닫게 된다는 것 말이야."

p.173

"하지만 나이 먹는 게 그렇게 귀중한 일이라면 왜 모두들 '아,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하고 말하는 걸까요? 누구도 '빨리 예순다섯이 되면 좋겠다.'라고는 하지 않잖아요."

"그게 뭘 반영하는 것인지 아나? 인생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거야. 성취감 없는 인생, 의미를 찾지 못한 인생 말일세.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게 돼. 아마 예순다섯 살이 되고 싶어 견딜 수 없을걸."

교수님은 미소를 지었다.

p.184

"내가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는 일을 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나? 내 고통과 아픔만으로도 충분한 이 마당에 말이야. 물론 내 고통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타인에게 뭔가를 주는 것이야말로 내게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거든. 자동차나 집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으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 내가 그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때, 그들이 슬픈 감정을 느낀 후에 내 말을 듣고 미소 지을 때, 그럴 때의 느낌은 건강할 때의 느낌과 거의 비슷하네."

p.209

"결혼 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규칙 같은 게 있나요?"

모리 교수님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진실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규칙은 있지. 가령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 사이에 큰 문제가 닥칠지도 모른다.','타협하는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가 서로 다르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등이 있다네. 그래서 두 사람의 가치관은 비슷한 게 좋아."

"그렇군요."

"그런데 미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 교수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결혼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믿는 것이라네."

교수님은 코를 훌쩍이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결혼과 삶, 사랑에 대해 회상하는 듯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결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결혼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서 엄청난 걸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네."

교수님은 눈을 감은 채 숨을 내쉬었다. 그는 기도문처럼 믿는 시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 미쁨책방 이야기 ☆

아주 오래전에(아마도 수년 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새로 읽을 책이 많음에도 그저 힐링이 되는 책을 읽고 싶어 무심결에 집어든 책이다. 그때의 뭉실한 기억과 지금 다시 읽은 이 책에 대한 감정은 사뭇 다르다. 아마도 나의 삶도 변화를 거듭했기 때문이겠지.

무엇보다 루게릭병과 싸우면서도,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며, 정신적 나눔을 마지막까지 실천하는 그의 삶이 무척이나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승이면서도 제자이기도 하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이러한 삶을 실천해나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평에는 기재하지 못한 책 속의 그의 말처럼 '서로 사랑하고 그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고 죽을 수 있다'는 대목이 귓가에 숨쉬는 듯하다.

죽어서도 누군가의 마음 속에 기억되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자, 진정한 죽음이지 않을까......

아버지는 우리를 지나가셨네.
나무의 새 잎새마다 노래하면서.

(그리고 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면서 아이마다 봄이 춤춘다고 믿었네......)


- E.E 커밍스 
(장례식에서 모리 교수님의 아들 롭이 읽은 시) -

 

언젠가, 새 잎새의 노래마다 봄이 춤추는 삶을 살아가길.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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