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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_요시모토 바나나

☆북리뷰

by mibbm_soo 2020. 5.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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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소설집.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색채감과 분위기를 잘 살린 컬러 사진 및 그림들과 함께 7편의 소설들을 엮었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가 여행한 곳은 정열의 라틴 아메리카와 아르헨티나. 저자는 로스엔젤레스를 경유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 멘도사를 거쳐 이과수 폭포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여행을 통해 7편의 단편을 빚어냈다. 선이 굵고 투박한 터치로 격정적인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그려낸 하라 마스미의 그림과 라틴 아메리카의 절경을 담은 야마구치 마사히로의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012

 

전화/ 마지막 날/ 조그만 어둠/ 플라타너스/ 하치 하니/ 해시계/ 창밖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전화

p.17

"오늘 아침에, 미야모토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p. 30

하룻밤 묵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 호텔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마사히코의 주검과 밤의 잔디밭에서 사랑하는 록 스타의 잠을 지키는 천사들을 떠올리리라. 자그마하고 해묵은 마리아 상과 향내 나는 더러운 손수건을 생각하리라.

그것이 멋진 추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세상에 두 번은 있을 수 없는 묘한 추억이란 것만은 분명했다.

플라타너스

p.107

돌아보자, 장군은 높은 곳에서 말에 올라탄 용감한 모습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런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나와 그의 생명을 별 시차 없이 무로 환원시킬 것이고, 그때도 이 도시의 브론즈 상은 머리칼을 흩날리고 있으리라. 같은 바람이 또 그 길의 플라타너스 잎을 떨어뜨리리라. 그런 생각을 하자, 죽는 것이 두려웠다.

하치하니

p.127

광장 반대쪽에서는 다른 엄마들이 역시 검은 옷에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매점을 벌여놓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생활력, 그리고 어린 자신이 과거 언젠가 있었다는 것......, 역시 엄마는 어느 나라에서나 엄마고,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나는 엄마가 되는 일이 있을까. 언젠가, 또 다른 눈으로 이 사람들을 생각하는 일이 있을까.

해시계

p.145

그때 그녀의 배 속에 있었던 또 하나의 생명, 함께 그때를 나누었던 아이가 나와 얼굴을 마주 보는 일 없이, 혼자서 그 어두운 길을 내려갔다. 언젠가 나도 그녀도 그녀의 남편도,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친구도, 샌드위치를 만들어준 젊은이들도, 길 가는 사람들도, 모두모두 혼자서 그곳으로 가게 될 테지.

그리고 그렇게 되어도, 울창한 초록에 뒤덮여 있던 유적에서 그 해시계는 재깍재깍 쉬지 않고 움직이리라.

그것은 눈앞이 핑 돌 정도로 쓸쓸하지만 한편으로는 평온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서 먹고 배설하는 삶을 위해 나는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창밖

p.168

살다가 느끼는 쓸쓸함이란 그 곰 인형의 뒷모습 같은 것이어서 남이 보면 가슴이 메는 듯해도, 곰 인형은 설레는 기분으로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아름다움에 환희를 느껴을지도 모르고. 아마도 그날 아침 가장 외로웠던 것은 곰인형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던 내 마음이리라. 부모의 부모가 죽고, 언젠가는 부모도 죽고 자신도 죽는 그런 인생의 진실이, 영원히 지속되는 어린애만의 꿈의 세계에 살며시 그 살을 맞대어 왔고, 그 기척에 한없는 무엇을 느꼈던 것이리라.

☆ 미쁨책방 이야기 ☆

제목과 그림은 다소 자극적인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의 내용은 오히려 사건은 간결하게 표현되었고 등장인물들의 담담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개인적으론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잡다한 이야기들을 과장되고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현실적이고 간결하게 그리고 절제된 감정의 표현이 오히려 더 사실적이고 여운이 남게 만드는 작가만의 매력이 돋보였다.

불륜만을 소재로 한 단편들은 아니며,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인간이 느끼는 고독함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에서 오는 환희와 슬픔 등을 아우르는 소설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또한, 독특한 그림과 여행의 풍경 사진이 어우러져 작품의 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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