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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_에쿠니 가오리

☆북리뷰

by mibbm_soo 2020. 5. 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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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화에서 연애소설,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필활동을 펼치는 에쿠니 카오리의 신작소설. 사랑하는 남자를 15개월에 걸쳐 서서히 떠나보내는 여자, 리카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8년 동안 함께 살아온 애인 다케오가 어느날 갑자기 이별을 선언한다. 이유는 하나코라는 여자 때문. 누구나 그녀를 사랑하지만 하나코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스스로도 소유하지 않는 존재이다. 그녀는 다른 사랑을 파괴하면서까지 사랑을 이끄는 흡인력을 갖고 있는데……. 에쿠니 가오리가 담아내는 실연에 관한 새로운 화법을 보여주는 작품.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012

 

 

스포주의하세요!

p.267

[작품해설] 중...

실연에 울고, 집착하고, 질투하고······곱지 못한 사랑의 흔적. 그 당시 중요했던 일들이 세월이 흐르고 나면 남의 일처럼 멀다. 그러나 곱지 못한 사랑의 흔적은 새로운 사랑의 전조이기도 하다.

리카가 '낙하하는 저녁'너머로 본 것은 무엇일까.

제각각 마음의 그릇에서 떠서 맛을 보면 알리라. 리카의 이야기는 에쿠니 씨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이고, 그 책을 감상한 그대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1999년 5월, 영화감독 겸 프로듀서 아이즈 나오키-

p.269

[역자 후기] 중...

비록 동거였지만 8년이면 거의 결혼에 버금가는 세월입니다. 다케오와 리카는 그런 세월 동안, 연인과 결혼 생활이란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케오가 리카에게 헤어짐을 선언합니다. 이유는 여자였죠. 하나코의 등장은 다케오란 존재를 뿌리째 흔들어놓을 만큼 강렬합니다. 하지만 하나코는 전혀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세상의 모든 집착을 떨어버린 연기 같은 존재입니다.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스스로도 소유하지 않으며 베풀지도 않고, 또 베풂을 갈구하지도 않는 존재입니다. 이것은 그녀란 존재 자체가 안고 있는 운명적인 결함입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꽃 같은 존재, 그 존재는 다른 사랑을 파괴하면서까지 사랑을 이끄는 흡인력을 갖고 있는데, 그녀 자체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소망하지 않는다면,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모든 존재는 비극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케오나 카츠야가 안고 있는 모순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것, 그 존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아니 그 사랑의 존재마저 불확실하다는 것. 이것이 그들의 괴로움의 근원입니다. 사랑이란 같이 나누어야 빛이 나고, 서로를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안전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사랑을 얻을 수 없어 괴로운 마음들은 그 대상 자체의 소멸로 자기 구원이란 영원한 숙제로 남습니다. 하나코의 죽음이죠. 하나코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애착마저 끊어버림으로써 남은 사람들에게 집착의 끈을 끊어버리게 함과 동시에, 자기 마음은 스스로 구원하라는 마치 종교와도 같은 메세지를 남깁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작품이 하나코와 다케오와 리카, 이 세 사람의 얽힌 사랑이기보다는 하나코의 사랑 이야기로 보였습니다. 완전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았던 하나코의 사랑 이야기로 말이죠.

-2003년 9월, 김난주-


☆ 미쁨책방 이야기 ☆

다케오와 리카의 8년간의 연애 그리고 동거> 그 속에 나타난 하나코라는 여인> 다케오의 이별선언> 리카와 하나코의 어이없는(?) 동거> 하나코의 자살> 가리어진 결말(화합 혹은 결별?:열린 가능성)

스토리에 있어서는 조금 허탈한 부분이 있기도 했고,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오랜 연인이 갑작스레 다른 여자에게 빠져 갑작스레 이별을 선언하고, 그 여자가 어느 날 내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된다는 설정.

물론 여기서 주인공인 리카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다케오와의 연결고리마저 끊어질 것 같은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며, 하나코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이제는 리카가 아닌 하나코를 보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하는 전 애인을 담담한 척 대한다. 하지만 난 어찌 그 설정이 너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여튼, 마성의 여인 하나코는 모든 남자에게 매력을 풍기며, 심지어 유부남의 마음까지 홀리어 가정을 파탄시킨다.

하지만 소설에서의 하나코의 마음은 절망적이다. 하나코는 자유로웠고 또 누구에게도 소유되려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타인의 사랑을 파멸시키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살을 한 것일까?

늘 내 것인 것만 같았던 사랑도, 어느 순간 철저히 변모하는 순간의 배신감. 허망함.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인연의 끈.

그리고 용서와 상처. 다시 돌고 도는 감정의 소용돌이.

사람은 참 아름답다가도 잔인하다.

어쩌면 다케오도, 리카도, 하나코도 모두가 사랑의 피해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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