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 헨리 단편선_오 헨리

☆북리뷰

by mibbm_soo 2021. 5. 23. 18:42

본문

01

차례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경찰관과 찬송가
낙원에 들른 손님
재물의 신과 사랑의 신
메뉴판에 찾아온 봄
추수감사절의 두 신사
녹색 문
개과천선
어느 바쁜 브로커의 로맨스
이십 년 후
운명의 충격
붉은 추장의 몸값
인생은 연극이다
물레방아가 있는 교회
도시의 패배
시계추

p. 17(마지막 잎새 중)
존시는 한참 동안 그 입사귀를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스레인지 위의 닭고기 수프를 젓고 있던 수를 불러 말했다.
"수, 그동안 내가 나빴어. 저 마지막 잎새도 저렇게 끝까지 살려고 애쓰는데······. 그걸 보고 내가 얼마나 못됐었는지 깨달았어. 죽고 싶어 하는건 죄를 짖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존시,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베이먼 할아버지가 오늘 병원에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대. 병에 걸린 지는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 그저께 아침에 수위 아저씨께서 발견했을 때 글쎄 방에서 끙끙 앓고 계셨다지 뭐야. 신발이랑 옷이 흠뻑 젖은 데다 몸이 완전 얼음장이셨대. 날씨가 그렇게 험한 밤에 대체 어디를 갔다 오신건지 알 수 가 없었지. 그런데 할아버지 옆에 아직도 불이 켜져있는 램프하고 원래 있던 자리에서 끌어 내린 사다리랑 붓 몇 자루, 그리고 초록색 물감하고 노란색 물감이 섞여 있는 팔레트가 있었대. 자, 존시, 저기 창밖을 봐. 저 벽에 붙어 있는 마지막 잎새 말이야. 너, 바람이 부는데도 저게 왜 한 번도 펄럭이건 움직이지 않는게 이상하지 않아? 아아, 존시, 저게 바로 베어먼 할아버지의 걸작이야. 원래 있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던 날 밤, 할아버지가 바로 저기에 그려 놓으신 거야."

p.229(시계추 중)
존 퍼킨스는 머릿속으로 골똘히 생각했다.
정말이지, 바깥 도시는 연신 존 퍼킨스더러 나와서 다른 이들처럼 함께 놀고 즐기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맥클로스키네 집에서 매일 밤마다 되풀이되는 당구 시합에 참석한 친구들이 한가로이 공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환락도, 기똥차게 잘 쳐지는 그 어떤 당구채도, 상실감에 빠져 후회하고 있는 퍼킨스의 영혼을 꾀어낼 수는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반쯤은 업신여겨 오던 자신의 무언가가 사라져 버리자, 이제는 그것이 더없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케이티가 돌아오면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자신의 잘못을 모두 만회하리라. 케이티가 없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때 문이 열렸다. 손에 조그마한 가방을 들고 케이티가 걸어 들어왔다. 존은 멍하니 케이티를 바라보았다. "어우! 집에 오니 좋네요."
케이티가 말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병이 나빠지지 않았어요.(...)"
존 퍼킨스가 시계를 보았다. 여덟 시 십오 분이었다. 그는 모자를 집어 들고 문으로 걸어갔다.
"여보, 지금 또 어디를 가는 거예요?"
케이티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맥클로스키네 잠깐 들러서 친구들하고 당구나 한두 게임 치고 올까 하고."
존이 답했다.

p.236
<역자해설 중>
오 헨리의 작품 속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특출하게 돋보이는 매력은 바로 그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 구성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는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팽팽하게 끌고 나가다 마지막에 갑작스런 반전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독특한 필체와 가슴 따뜻한 유머나 위트, 페이소스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더욱 빛나게 되고, 문학 작품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흔히 반전 결말(twist ending)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기법은 그 당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으며, 오 헨리를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개 해 주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하나 오 헨리의 작품이 모든 이의 찬사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워낙 수많은 작품을 쓰다 보니(한때는 일주일에 한 편씩 일 년에 무려 60편이 넘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허술한 마무리로 완성되가 떨어지는 작품도 많았으며, 소재나 주제가 겹치거나 이야기의 전개나 반전이 뻔히 드러나는 작품도 많아 평론가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물레방아가 있는 교회」나 「메뉴판에 찾아온 봄」처럼 지나친 우연에 기댄 설정 때문에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숱하게 들어야 했다. 또한 몇몇 작품에서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해묵은 교훈을 늘어놓으며 독자를 가르치려고 한점은 19세기 빅토리아 문학의 잔재에 머무르는 세련되지 못한 모습으로 뭇 독자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 헨리의 작품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회자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무엇보다도 인간 본성에 어필하는 보편성이 아닌가 싶다. 그의 작품은 늘 멀리있다고 생각했던 행복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은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 등 소소해 보이지만 커다란 진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몇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며, 시공을 초월한 모든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주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 옮긴이 전하림 -


☆미쁨책방 이야기☆
짧막한 이야기들 속에서 반전과 위트, 그리고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작품해설에서의 옮긴이의 글처럼 지나친 우연에 기대어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거나 작가의 직접적 견해가 드러난 부분들은 다소 과도한 설정으로 보여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작가 특유한 개성과 독특함이 그것을 상쇄해주는 듯했다. 더불어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소 직설적 화법으로 그려냄으로써 자신 혹은 독자에게 한 인간으로서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해 호소하는 듯한 단호함이 전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다소 파란만장한 짧은 삶을 살았던 작가의 생애와 그 속에서 느꼈던 절망, 슬픔, 행복, 죽음 등과 그 이상의 무엇이리라.

'☆북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핍의 힘_최준영  (0) 2021.09.22
여자의 심리학_베르벨 바르데츠키  (0) 2021.06.27
박사가 사랑한 수식_오가와 요코  (0) 2021.05.16
진이, 지니_정유정  (0) 2021.05.09
주식의 쓸모_앤드류할램  (0) 2021.05.0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