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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_공지영

☆북리뷰

by mibbm_soo 2020. 10.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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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자세히 들여다보기!

열여덟 살 주인공 위녕은 고 삼이 되기 전 십 대의 마지막을 자신이 낳아준 엄마와 함께 보내기 위해 아버지와 새엄마의 집을 떠난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B로 거처를 옮긴 위녕은 새로 자리 잡은 엄마의 집에서 여섯 번의 계절을 보낸다.

그러는 동안 위녕은 새로운 가족(외가 식구들과 형제)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고양이 코코)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을 맞기도 한다. 또한, 엄마의 새 남자 친구를 만나고 또래 친구를 통해 평범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녕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며 엄마의 부재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찾아간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p. 48

"내가 만일 대학에 떨어지면?"

엄마는 맥주 캔을 놓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은 생각해봤는데, 많이 생각해봤는데 상관없더라구. 그게 뭐 어때서? 엄마는 살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갔다 온 박사 교수 의사 이런 사람들 중에 그 좋은 머리와 많은 학식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남까지 망치는 사람들 많이 보았어.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한 거고, 더불어 사는 법을 연습하는 거고, 그리고 힘든 이웃을 돕는 거야. 공부를 하고 유학을 가는 거 다 그걸 위해서야. 그게 아니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p.85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다음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다음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p.89

"언젠가 가정 상담을 주로 하는 한 학자가 그런 말을 했었지. 유명한 여자의 가정 내에서의 인권은 빈민들만큼이나 비참하다. 그녀들은 가정 내의 폭력을 감추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녀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은 그것을 그녀들의 치명적 약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그 사실의 전적인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은폐해야 하는 도덕적 책무까지 짊어져야 하고 더욱이 동시에 그 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치라는 더한 형벌을 당한다······. 그 기사 보고 많이 울었어. 뭐 유명한 여자들만 그렇겠니. 또 그게 비단 여자들만의 문제겠니."

p.91

"엄마가 가끔 가지는 딜레마는 이거야. 이 말을 아직도 둥빈에게 할 수 없다는 것, 너희 아빠와는 왜 헤어졌는가. 하는 것도 너에게는 말을 다 할 수가 없어. 엄마의 관점에서 엄마가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하면 그건 너희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되니까, 너희에게 상처가 될 거고, 그렇다고 좋은 면만 이야기하자니, 그럼 그런 아빠를 두고 이혼한 엄마를 너희는 미워해야 하잖아. 언젠가 상담을 받아보니까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너희가 좀 더 크면 이 모든 것들을 약한 인간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오겠지······."

p.140

언젠가 버려진 고양이들은 사람들 곁으로 절대 오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상처받은 만큼 그들은 사람들을 멀리했고 믿지 않았고, 아무리 먹이를 주고 아무리 네게 적대감이 없다는 것을 밝히려 해도 그들은 오직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할 뿐이라고. 다가가는 이들에게 그들이 하는 일은 상처를 주는 일뿐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고양이만의 이야기일까?

p.179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 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

p.337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 미쁨책방 이야기 ☆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읽은 책이다. 기존에 내가 읽었던 공지영 님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는 조금은 다른 일상적(?)인 문체가 살짝 어색하기도 했지만, 금세 책의 내용에 매료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전의 책에서도 등장했던 딸의 이름 '위녕'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자주 보니 반가움마저 들고, 마치 내가 위녕이라도 된 듯 감정이 일렁였다.

이 책의 의미는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 주변의 가족의 형태는 그야말로 다양화되었다.

재혼가정, 한부모가정, 미혼모 가정, 조부모 가정, 무자녀 가정, 동성 가정 등등.

여러 사정과 환경. 가치관 등이 결부되어 피를 나눈 가족뿐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결합된 가족이 우리 사회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은 사회적 시선과 편견으로 인해 혈연관계로 맺어져 온전히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 가정이 아닌 경우 자신의 가정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편견들 속에 쉽게 던진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넘어야 할 산이 되어버린다.

때론,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더욱 깊은 감정을 나누기도 하고 또 피를 나눈 가족에게서 더 큰 상처와 아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화된 만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뀔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지 혈연의 관계에서만 단정 지어지는 이름이 '가족'이 아니라 소설 속 '위녕'이 스무 살이 되어 집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올 날을 생각하며 독립을 하듯,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누구에게나 든든한 베이스캠프 같은 곳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소설 속 위녕은 엄마가 세 번 이혼을 했고, 성이 다른 두 명의 동생이 있다).

내가 잠시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 때론 폭풍우에 날아갈 것 같지만 이내 태양이 비추고 또 거센 바람이 불기를 반복하는 공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공간. 기쁨과 슬픔이 뒤엉켜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 그럼에도 나를 지켜주는 공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을 이루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을 이루기 위해 가정을 버려야만 하는 순간도 있다.

또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정을 버려야만 하고, 새로운 가정을 희망처럼 품고 사는 순간도 있다.

결국, 복잡한 상황에서의 모두의 공통된 가정의 목표는 '따뜻한 안식처'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구누를 감히 비난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사회적 시선과 편견에 부딪히면서도 혹은 많은 책임을 떠안으면서도 가정을 이루고 지키려는 이유는 타인은 대신할 수 없는 오직 가정이라는 이름에서 더욱 빛나는 마음의 결속과 유대감 때문이리라. 그것이 깨어지는 순간 가정은 가정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결국 흩어져 다시 베이스캠프를 만들기 위한 힘든 여정을 떠나게 될 것이다.

많은 형태의 다양한 가족들이 꼭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어도 되는 이유는 그래서 너무나 이 시대에서는 당연하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족의 형태는 다양화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두서없이,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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