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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는 시간의 힘_사이토 다카시

☆북리뷰

by mibbm_soo 2022. 9. 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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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이나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시키는 시간으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고독한 시기에 자신을 단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필요하면 언제든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잘 사귀면서도 혼자일 때 나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른이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고독의 상태가 아닐까.

p.85

신기하게도 나는 책이 마음에 들면 '내가 그 책(그들)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나를'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나를 이야기 상대로서 아주 흡족하게 생각했을 것이고, 분명 대화를 나누며 즐거웠을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독서하다 보니 그 시간 동안 내가 동경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상대는 수준이 높다. 그러니 아무래도 긴장하게 된다. 겨우겨우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과 어쩌다 따라 잡으면 '그래, 이거야!'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뿌듯함,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눈앞에 있지만 먼 사람들과는 달리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먼저 떠난) 그들과 사귀었던 시간은 더없이 멋지고 좋았던 고독의 시간이다.

p.90

나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만의 사고방식의 원형을 확립했다. 그때 내 일의 원형을 갈고닦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흔히 오래 함께한 부부는 전우와 같다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경제 공동체, 운명 공동체로 살아가니 그런 기분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전우라 생각하고, 전우로서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던 지난날의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은 자기뿐이기 때문이다.

p.120

사실 방랑은 그 자체가 고독을 즐기는 기술이다. 마음이 한곳에 머물면 상태는 악화된다. 하지만 걸으면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간다. 그런 흐름에 융화되면 마음도 흘러간다. 이것이 외롭고 우울하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아야 할 이유다. 

계속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어진다. 그래서 훌쩍 떠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걷기'라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p.178

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는 감정의 세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세계가 있어야 비로소 삶이 성립된다. 단순히 일하고 '생산'에만 몰두하는 것은 인생의 본질이 아니다.

잃어야 알게 되는 사랑의 무게. 사랑이 끝났을 때 우리는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고, 세계를 풍부한 감성으로 접할 수 있다. 그때 세계가 급격히 넓어진다. 미묘한 내면의 변화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성장의 기회가 되는 이 시간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새로운 만남을 갖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마음이 정리되기 전에 다른 이성을 만날 경우, 같은 문제를 반복하기도 한다. 헤어진 원인과 자신의 반응 등 한 번의 사랑을 통해 알게 된 나의 문제를 반추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몇 번의 사랑이 와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뿐이다.

친구가 돌아서거나 배신당했을 대는 일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섰을 때에는 감정의 세계에 푹 빠져라. 그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p.214

모든 인간은 고독하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억에 근거하여 받아들인다.(...)

물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평소 생활 속에서 고독을 받아들이는 연습은 가능하다. 내가 권하는 방법은 타인과 이야기할 때 자신의 마음속에 생기는 감정과 생각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에게 들은 말이 마음속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완전히 차단하지 말고, 소통 가운데서 고독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마주하는 첫 걸음 아닐까.

중요한 것은 고독을 피하지 말고, 자신은 물론 상대 역시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고독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것은 나약한 자신을 알아가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미쁨책방 이야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고독을 품고 산다. 에필로그에 기재된 내용처럼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독을 회피하기 보다는 자신과 소통하며, 삶의 에너지를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나간다면 고독의 가치는 실로 대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온전히 유쾌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고독이 함께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 사랑의 허무함, 배신감, 실망감, 슬픔 그 모든 어지로운 감정들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은 돌아보면 고독의 시간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고독의 시간이 지나 또 다시 사랑과 따듯함, 다정함이 온전하게 전해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다시 쓸쓸함과 고독함이 묻어나기 시작하는 과정의 순환. 어쩌면 그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생의 많은 부분을 더 살아갈 가능성이 있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삶의 고독은 보다 따듯한 감촉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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