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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_강성호

☆북리뷰

by mibbm_soo 2022. 2. 9. 05:09

본문

01

 

p.57

일자리를 빼앗길 운명에 처한 중개기관들

1. 블록체인, 은행에 도전하다

(...)

블록체인은 은행이라는 중개기관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은행이 없더라도 송금 기록을 자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와 기록을 관리하던 수많은 '중개인TTP: Trusted Third Patty'들은 블록체인이라는 네트워크 기술에 일자리를 빼앗길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2. 블록체인은 어떤 원리로 작동되고 있을까

블록체인은 사람들의 거래기록을 10분 단위로 쪼개어 기록한다. 매 10분마다 일어난 거래를 정리하여 하나의 '장부ledger'에 정리하는 것이다. 10분 단위로 쪼개어져 정리된 이 장부를 '블록block'이라 부른다. 2008년에 등장한 최초의 블록체인 시스템인 '비트코인'의 경우, 약 10분마다 블록이 하나씩 형성되어 지금은 약 67만개의 블록이 생성되어 있다. 이 블록들에는 2008년 이후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내역이 모두 담겨있다.

블록은 '채굴mining'을 통해 만들어진다. 채굴이란 지난 10분간의 거래내역을 정리한 블록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10분간의 거래내역을 정리한 블록을 가장 먼저 만들어 낸 채굴자는 소액의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다. 이 보상이 있기 때문에 채굴자들은 블록을 만드는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채굴자의 임무는 단순히 거래내역만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채굴자들은 만들어진 블록을 그 이전의 블록과 '연결chain'하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한다. 비트코인이라는 보상은 블록을 만들었을 때가 아니라, 블록을 연결했을 때 주어지기 때문이다.(...) 블록과 블록을 연결하는 접착제(숫자)를 '논스nonce'라고 부른다.

 


p.76

경제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

경제 권력은 자본파업의 가능성을 통해 힘을 휘두른다. 노동자의 본래 역할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자본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투자하여 공장을 짓고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본가들이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자본파업'이라 한다. 기업가들이 기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일종의 자본파업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오프쇼어링offshpring은 자본파업의 전형이다. 우리 자본이 해외에 투자되는 금액을 뜻하는 해외직접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해진 2018년 이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의 원인을 '기업하기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찻기도 한다.(...)

자본파업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실업률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국내 일자리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자본파업은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본파업이 발생하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전통적 제조업의 일자리는 해외로 나가버리는 대신, 그 기업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바이오, 게임 등과 같은 신新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고학력 노동자의 일자리르 만들고,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즉, 자본파업은 현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져 온다.

 


p.111

웹2.0의 주역, 플랫폼 기업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일방향 구조였다.(...)이용자의 참여나 소통은 끼어들 틈이 없었으며, 이용자들은 TV나 신문처럼 정보를 일방향으로 전달받는 구조였다. 이렇게 단방향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던 과거의 인터넷 환경을 웹 1.0이라 일컫는다.

오늘날 같은 인터넷 환경은 '웹 2.0'이다. 웹 2.0은 이용자들의 참여를 지향한다. 자유롭게 댓글을 달고 리뷰를 쓰며,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하는 양방향 구조다. 웹2.0이 지향하는 참여에는 동료생산이라는 새로운 생산양식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참여에서 데이터가 축척되고 집단지성이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 오픈소스, 크라우드펀딩 등은 웹 2.0이 탄생시킨 새로운 생산양식의 모습이다.

웹 2.0의 개념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웹을 통한 소통과 참여를 기대했다. 웹2.0은 모든 것이 양방향으로 연결된다는 자유정신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웹 2.0은 상업화의 논리에 의해 지배당했다. 참여와 동료생산의 원리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한 것이다. 네이버쇼핑은 마케팅에 사람들의 자발적인 리뷰를 활용하고, 배달의 민족은 별정으로 식당 정보를 제공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상업화했다.

즉, 플랫폼 기업은 동료생산과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동료생산의 원리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기업이 바로 플랫폼 기업이며, 이들은 웹 2.0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었다.

 


P.207

노동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할까

미래에 대부분 일자리는 감정 교류와 관련된 일자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가족이 수행하던 기능들이 유료 서비스로 대체될 것이다.(...) 돈을 내고 관계를 사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교감의 영역, 관계의 영역, 친밀감의 영역은 모두 서비스업으로 바뀔 수 있고 여기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일자리도 유지될 것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예술적 창작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과학이론, 새로운 판결문, 새로운 교수법, 새로운 발명품 등은 모두 인공지능이 만들어내기 어려운 데이터들이다. 앞서 살펴보앗듯이 네이버쇼핑에 리뷰를 쓰는 행위도 '데이터 노동'이 될 수 있다. 어느 분야든 인공지능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이터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기계로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매우 단순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일자리도 살아남을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기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천구 갈기, 화장실 청소, 벽지 도배, 물품 진열 등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비정형적 일자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일자리들은 한동안 우리 인간의 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대체 불가능한 것잉 아니라, 부가가치가 낮고 사람들이 대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P.235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사유私有와 공유共有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혁신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혁신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인간적인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 작업을 위한 기술적인 장벽은 이미 많이 낮아진 상태다. 이 문제는 이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합의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상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의 폭이 클수록 사회적 하브이에 도달하는 과정이 험난해지고, 숙의와 토론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인간다움과 정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이후의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일하고, 돈보다 사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제의 틀을 만드는 작업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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